![[기획]참기름 짜던 세 자매, 대통령을 만나다...예천 농촌에서 찾은 청년 창업의 미래](/data/photos/portnews/202603/20260311063435-7959.jpg)
광장일보 주재영 기자 | 지난 1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전국의 유망 창업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눈길을 끈 인물이 있었다. 예천군 보문면에서 온 ‘농부창고’ 황영숙 대표다.
참기름과 생강청을 만드는 식품기업 농부창고의 황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농촌 창업의 현실을 전했다. “공장을 예쁘게 짓고 휴게실과 샤워장까지 만들었지만 청년을 붙잡기가 쉽지 않다”는 호소에 대통령은 “면 단위에서 15명을 고용하는 규모라면 정말 대단한 사업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더 주목받은 것은 어려움 자체보다, 예천의 면 단위 농촌에서 시작한 창업이 대통령 앞에서 지역과 청년의 미래를 말하는 사례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농부창고는 황영숙 대표를 포함한 세 자매가 2014년 고향 예천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됐다.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어 귀향했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고, 결국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었다. 아버지가 재배한 참깨와 지역 농산물에 주목해 참기름·들기름·생강청을 상품화했다.
처음에는 집에서 시작한 가내수공업에 가까웠다. 낮에는 아이를 돌보고 밤에는 기름을 짰다. 주문이 늘면서 주변 이웃과 경력 단절 여성이 함께했고, 지금은 청년 고용으로까지 이어졌다.
현재 직원 15명 규모에 연 매출 30억 원을 바라보는 로컬 식품기업으로 성장했으며, HACCP 인증과 벤처기업 인증, 가족친화기업 인증, 강한 소상공인 통합 대상 수상 등 성과도 쌓았다.
농부창고의 성장은 예천에서 청년이 농업으로 성공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가공, 브랜딩, 온라인 판매, 라이브커머스, 수출까지 영역을 넓히며 농업의 부가가치를 키웠다.
이러한 성공 뒤에는 예천군의 든든한 조력이 있었다. 군은 가공 기술교육부터 HACCP 시설 구축 지원, 판로 개척까지 청년 농업인이 연착륙할 수 있는 토양을 체계적으로 제공해 왔다.
예천에서 자신만의 아이템으로 성과를 내는 청년 농업인과 강소기업은 또 있다. ‘주식회사 꿀마실’의 신현민 대표는 젊은 감각을 앞세워 스틱형 꿀 제품을 선보였다.
‘꿀마실’ 브랜드는 휴대성과 편의성을 앞세워 소비층을 넓히고 있으며, 지역 양봉농가에서 생산한 꿀을 매입해 제품화하며 지역 양봉농가의 판로 확대와 소득 증대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지역사회 봉사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용궁면 ‘초산정’ 한상준 대표는 전통 발효식초 분야의 독보적 주자다. 2006년 귀농 후 외길을 걸어 매출 20억 원 달성과 함께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94호에 지정됐다. 최근 경주 APEC 행사에서 한국 발효문화의 정수를 선보이며 예천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지보면 ‘소화농장’ 이병달 대표 역시 다양한 생산품을 세련된 브랜드로 재탄생시켜 온라인 시장에서 예천 쌀과 잡곡 전문 브랜드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고향사랑기부에도 동참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농업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귀농・귀촌 후 농업을 생산이 아닌 기획과 가공, 유통과 스토리텔링까지 결합한 산업으로 키워냈다는 점이다. 지역 농산물에 젊은 감각을 입히고 자신만의 아이템으로 시장을 열었다.
이들의 성공은 예천군민들에게 ‘우리 농산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부심을 심어준다. 단순 생산을 넘어 기획·가공·유통을 결합한 6차 산업으로의 전환이 군의 정책과 청년들의 열정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청년이 떠나는 농촌이 아니라, 돌아와 도전하고 뿌리내릴 수 있는 농촌. 예천 청년들의 사례는 그 가능성을 이미 증명하고 있다. 예천의 미래는 고향의 농산물로 자기 길을 만든 청년들의 손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