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축제와 행사는 시민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뒤 늘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이 행사는 얼마의 예산으로 치러졌는가 하는 물음이다. 시의원이 된 이후 수없이 받아온 질문이지만, 시민이 현장에서 바로 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는 없었다. 안양시가 주최하거나 보조하는 행사에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그럼에도 예산 정보는 결산 이후에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뿐, 행사 현장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시민은 즐기는 주체였지만, 세금 사용을 판단하는 주체로 서기에는 정보가 부족했다. 축제와 행사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적 사업이다.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에는 설명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은 사후 보고가 아니라, 시민이 판단할 수 있는 조건을 사전에 제공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안양시 행사예산 공개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총사업비 5천만 원 이상이 투입되는 행사는 현수막과 포스터, 온라인 홍보물 등 모든 홍보물에 예산 규모와 재원 구성을 명시하도록 했다. 시민이 ‘찾아보지 않아도’ 행사 현장에서 바로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조례는 행정을 불신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오
광장일보 =주재영 기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날, 나는 대전 계족산 황톳길에서 한 노년의 신사를 만났다. 낯선 길에서의 인연은 짧지만 깊었다. 그분은 75세, 대장암 말기 환자였다. 평생을 공직에 몸담았고, 차관보까지 지낸 분이지만, 말년에 이르러 삶은 참 외로웠다. 그는 이미 부인을 먼저 떠나보낸 홀몸이었다. 서울에 사는 아들과 딸, 두 자식이 있지만, 병든 아버지를 따뜻하게 맞아줄 이들은 아니었다. 냄새가 난다고 손주들은 피했고, 며느리는 문전박대를 했으며, 아들은 퉁명스러운 말만 남긴 채 외면했다. 결국 그는 조용히 집을 정리하고, 여행가방 하나에 짐을 싸들고 세상과의 작별여행을 떠났다. 연금과 정리한 재산을 바탕으로 전국을 떠돌며 과거 연애하던 경포대, 속초 등을 찾아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그리고 계족산 황톳길. 고향 인근의 요양원을 예약하고 이곳에서의 마지막 삶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와의 만남도 그 길 위에서였다. 같은 공직자의 인연으로, 우리는 몇 번이고 황톳길을 함께 걸었고, 부추 칼국수 한 그릇에 지난날을 되새기며 웃고 울었다. 하지만 평온도 잠시, 자식들이 찾아온 후 그의 건강은 급속히 악화됐다. 유산을 두고 다툼만 벌이다 떠나간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