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명시= 주재영 기자 | 백혈병·림프종 등 혈액질환과 혈액암 환자에게 생명을 잇는 필수 치료법인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수술 후 면역력을 잃어 각종 감염병 예방접종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예방접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남희 의원(더불어민주당·광명시)**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년 3천 명 이상이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의 국가필수예방접종 지원은 만 12세 이하 영유아에 한정되어 있어, 대부분의 성인 환자들은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면역력 ‘초기화’되는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
조혈모세포는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조상세포로, 백혈병·골수이형성증후군·재생
불량성빈혈·림프종·다발성골수종 등 다양한 혈액질환 환자에게 필수적이다.
이식 과정에서는 강력한 전처치 요법과 면역억제제 사용으로 인해 면역을 기억하는 세포가 사라지며, 환자의 면역체계가 **‘리셋’**된다. 이에 따라 수술 후 환자들은 신생아와 마찬가지로 15종의 감염병에 대한 20여 차례 예방접종을 새로 받아야 한다.
예방접종 항목에는 ▲B형간염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폴리오·b형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 ▲폐렴구균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수두 ▲A형간염 ▲일본뇌염 ▲인플루엔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매년 3천명 이식, 지원받는 환자는 1천명도 안 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는 3,413명에 달했지만, 국가로부터 예방접종비를 지원받은 만 12세 이하 영유아는 970명에 불과했다.
특히 50대와 60대 환자들이 전체의 60~70%를 차지하지만, 이들은 정부 지원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한 번의 접종에 수십만 원이 드는 비용 부담은 만성질환이 많은 중장년층 환자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필수예방접종 취지 살리려면 지원대상 확대해야”
김남희 의원은 “조혈모세포 이식 후 면역력이 사라진 환자들은 작은 감염에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감염을 막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예방접종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필수 의료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원 대상을 영유아에만 한정하지 말고,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 전 연령대로 확대해야 한다”며 “이는 합병증과 중증질환을 예방해 장기적으로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며,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의 본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에 대한 예방접종 지원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관련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