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파구= 주재영 기자 | 입안과 턱, 목 쪽에 계속해서 암이 재발해 세상을 포기하려던 소년이 10번이 넘는 수술을 이겨내고, 본인처럼 투병 중인 환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직접 나섰다. 운동을 통해 암을 극복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턱걸이 챔피언’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된 동호(23세, 남) 군의 희망적인 스토리가 최근 서울아산병원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다.
동호 군은 7살 때 입안이 부어 어머니 손에 이끌려 충청남도 서산시의 집 근처 병원을 방문했다. 원인을 모르겠다던 소아과, 치과를 거쳐 찾은 이비인후과에서는 CT를 찍어보자고 했고, 당장 큰 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입안을 붓게 만든 원인은 두경부 지방육종. 지방세포에서 종양이 생기는 희귀암이다. 동호는 입과 목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종양은 계속해서 재발했다.
특히 종양이 생긴 위치가 얼굴인 만큼 동호는 심리적으로 위축되었고, 신경과 혈관이 특히 많은 위치라 수술 난이도도 높았다. 한 번이면 끝날 줄 알았던 수술이 두 번, 세 번 이어지자 그 병원에서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동호를 포기했다.
절벽 끝에 선 동호의 가족은 마지막 희망을 안고 2014년 1월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반복된 수술로 동호의 얼굴은 많이 손상되어 있었고, 마음까지 지친 상태였다.
‘꼭 도와주고 싶다’는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고경남 교수를 비롯해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의 협진을 통해 동호는 수술과 항암,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동호의 입안 종양은 끈질기게 재발했고, 커진 종양은 얼굴뼈를 밀어내 신경이 끊어져 얼굴 오른쪽에 마비가 오기도 했다.
끈질기게 재발하는 암 때문에 세상을 포기하려는 모진 결심도 했다. 지친 마음에 아파트 옥상까지 올라갔던 그때, 간신히 마음을 다잡은 동호는 ‘운동을 통해 암을 극복해보자’라는 결심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체육선생님의 조언을 떠올린 것이다.
방문에 철봉을 달아 하루에 한두 시간씩 매일 집에서 턱걸이 연습을 했다. 동호는 무언가에 열중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됐다. 근력운동을 시작한 이후 동호의 체격은 커졌고 움츠러들었던 마음까지 점차 회복되어갔다. 다행히 종양도 예전처럼 빠르고 크게 진행되지 않아 항암과 약물치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고, 종양제거술만 매년 한 번 정도 받으면 될 정도로 호전됐다.
2020년 7월. 그렇게 또 한 차례의 수술을 받기 전날, 온라인 턱걸이 대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에 동호는 턱걸이 영상을 찍어 출전했다.
다음날, 수술이 끝난 동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김동호 군이 턱걸이 대회에서 1등을 했습니다. 축하합니다!” 건장한 신체의 청년들과 대결한 턱걸이 대회에서 동호가 1위를 차지했다는 연락이었다.
얼굴의 종양 때문에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던 동호가 이를 극복하고 ‘턱걸이 챔피언’이 된 희망적인 이야기에 사람들의 응원과 칭찬의 댓글이 쏟아졌다. 동호는 이를 계기로 자신의 이야기가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암을 이겨낸 투병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결심했다.
동호 군은 “치료의 고통들이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의료진들의 노고 속에서 무사히 자랐기 때문에 그만큼 제 목숨은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교수님들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고통을 겪고 계신 환우분들,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같이 파이팅 합시다!”라고 덧붙였다.
고경남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는 “처음 병원에 왔을 때 힘들어하고 왜소했던 동호가 언젠가부터 진료실에 들어올 때마다 점점 더 건장한 청년이 되어 와서 매번 놀랐다. 반복되는 수술과 재발은 신체적으로도 고되지만, 사실 심리적으로도 많이 위축되기 마련이다. 동호가 힘든 치료 과정을 이겨내고 ‘턱걸이 챔피언’까지 되어주어 진심으로 고맙고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병을 극복한 환우들의 투병기를 통해 희망을 나누는 ‘리얼스토리-희망을 나눕니다’ 캠페인을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지난 12년간 35명의 환우들이 ‘리얼스토리’를 통해 본인의 투병 이야기를 기부하며 희망을 나누고 있다. 캠페인은 서울아산병원 유튜브, 인스타그램, 뉴스룸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